'발을씻자'라는 발세정제를 아시나요?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발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분사기 형태로 제작된 LG 생활건강의 '발을씻자'는 트위터 대란템으로 알려지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인기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직관적인 이름 덕이었습니다. '영어 이름으로 된 제품이 너무 많으니 친절하게 만들자'는 단순한 목표에서 '발을씻자'라는 명쾌한 이름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스몰브랜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칭찬을 종종 듣는데요. '작은 브랜드!'하면 떠오르는 직관적인 이름이라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기에 딱 맞죠. 이처럼 브랜드나 제품의 이름은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브랜드의 성패를 가르는 제품 네이밍 방법을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드리려고 합니다. 더불어 이름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상표권'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상표권 관련 내용은 스몰브랜더가 함께 진행했던 어글리어스동해형씨의 '이름 산부인과' 캠페인을 만든 '변리사님(BLSN)' 계정에서 많이 참고했으니, 상표권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는 분들은 지금 바로 계정을 팔로우해보세요.  


TYPE 1   제품에 관련된 '단어'를 최대한 활용하기


해리 포터의 '포터(Potter)'는 도자기 장인을, 팀 쿡의 '쿡(Cook)'은 요리사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이름에 직업을 반영하는 문화는 중세 유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신분과 사회적 역할을 성씨로 구분했는데, 이는 그 사람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방식이었죠. 브랜드 작명도 이와 비슷합니다. 브랜드의 첫 발걸음에서 우리만의 특성과 정체성을 담은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BRAND 01   우무 Click


제주 해녀가 채취한 우뭇가사리로 만드는 푸딩과 비누를 브랜드, '우무'는 제주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우무는 특유의 귀여운 캐릭터로 많은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요. 제주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로컬 푸딩 브랜드로 시작해, 지금은 비누와 선크림 등 코스메틱 제품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무'가 고집하는 하나의 핵심 요소는 바로 '우뭇가사리'입니다. '우무'라는 이름은 이런 브랜드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간단명료하게 담아냈습니다. 게다가 브랜드만의 귀여운 매력과도 찰떡같이 어울리죠. 이처럼 브랜드의 본질을 담은 이름은 강력한 경쟁력이 됩니다. 비슷한 사례로 후추 전문 브랜드 '오페퍼'나 요가 잡지 브랜드 '아요가' 등이 있는데요. 이들 역시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이름에 그대로 녹여낸 좋은 예시입니다.


 BRAND 02    1집구석  Click


1인 가구의 취향이 듬뿍 담긴 집들을 소개하는 트렌드 미디어, '1집구석'도 브랜드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드러낸 이름으로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1인 가구'와 '집구석'이라는 친근한 표현을 결합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죠.


디자인 전문 출판사 '디자인 하우스'에서 기획한 이 브랜드는, ‘오늘의집’처럼 집과 생활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특히 1인 가구라는 특성에 초점을 맞춰 더욱 차별화된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1집구석’이라는 이름은 무심한 듯 친근하게 지어져, 혼자 사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잘 전달하는데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혼자 사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 시리즈 ‘1집러’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과 라이프스타일을 조명하며, 1인 가구의 생활에 대한 공감과 흥미를 한층 더 높이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담은 이름을 지어보세요. 그러면 '1집러'처럼 브랜드의 다양한 요소와 조화를 이루는 연관 네이밍도 자연스럽게 떠오를 거예요.

 small tips  '보통 명사'를 브랜드 이름으로 써도 되나요? 변리사님 설명 읽기

애플이나 당근마켓처럼 보통명사를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브랜드가 실제로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해당 보통명사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죠. 애플이 사과를 팔지 않고, 당근마켓이 당근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네이밍이 가능했던 겁니다. 반면,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직접 연관된 보통명사를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우무'나 '1집구석'처럼 독창적인 변형이 필요합니다. 이는 상표권 보호를 위해서도, 브랜드의 차별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죠.


TYPE 2   '줄임말'을 활용하여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보세요.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 '요아정'을 모르시는 분은 아마 없을거예요. 요아정의 처음 이름은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이었습니다. 이후 이를 줄여 '요아정'으로 정식 브랜드명을 변경했죠. 이처럼 기억하기 쉬운 줄임말로 브랜드 이름을 만드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고객들은 줄임말의 원래 의미를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죠. 게다가 짧고 부르기 쉬워 입소문이 나기도 좋습니다.

  BRAND 03   오이뮤  Click


과거와 현재의 가치를 연결하는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 ‘오이뮤(OIMU)’는 전통 디자인을 모티브로 책갈피, 인센스 등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있는데요. 최근 공개한 '책갈피북'은 전통 책갈피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담아낸 제품으로, MZ세대 사이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이뮤'가 줄임말을 사용한 이름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OIMU'는 'One Day I Meet You'라는 문장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이는 우리가 만나는 모든 순간과 경험, 사물과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자 하는 브랜드의 철학을 담고 있죠.

오이뮤는 발음하기 쉬운 음률을 담은데다가, 브랜드의 철학을 함축적으로 더한 훌륭한 네이밍 사례입니다. 더구나 'OIMU'라는 발음은 '오이뮤'로 한글화했을 때도 세련되고 친근한 느낌을 주어, 국내외 소비자들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오이뮤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한 네이밍 사례겠죠.

  BRAND 04    식기난게  Click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조화(Fake Tree)를 선보이는 식물 편집숍 '식기난게'를 소개합니다. '식물을 기르기엔 난 너무 게을러'라는 문장을 재치 있게 줄인 이름인데요. 식물 키우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정교하게 만든 가짜 나무와 생존력 강한 식물을 추천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위트 있게 담아낸 이름이죠. 이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함께 피식 웃음을 짓게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브랜드명이 이종산 작가의 동명 도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이수진 대표는 <식물을 기르기엔 난 너무 게을러>라는 책을 읽고 그 제목에 매료되어, 작가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고 합니다. 책 제목을 브랜드명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다행히도 작가의 허가를 받을 수 있었죠.

이처럼 브랜드의 정체성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이름을 기존 작품에서 발견했다면, 창작자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정당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는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은 물론, 창작자와의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small tips  '작품 이름'이나 '등장인물 이름'으로 네이밍 해도 되나요? 변리사님 설명 읽기

일반적으로 문학작품의 제목이나 등장인물 이름을 브랜드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소설 '모비딕'의 등장인물 '스타벅(Starbuck)'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스타벅스(Starbucks)'를 들 수 있죠.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제작사들이 작품 제목이나 등장인물 이름을 미리 상표 등록해두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식기난게'처럼 작품이나 캐릭터 이름을 브랜드로 활용하고 싶다면, 반드시 창작자나 저작권자와 사전 협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법적 분쟁을 예방하고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두세가지 평범한 단어를 개성있게 붙여 만든 이름 


의성어·의태어, 부사 등을 재치있게 사용한 이름 


어디에 두어도 어색하지 않은 오래가는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