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코엑스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큰 뷰티 박람회 중 하나인 <코스모뷰티 서울>이 진행됐습니다. 스몰브랜더도 박람회에 참여하여 수많은 K뷰티 브랜드들을 직접 살펴보았는데요. K뷰티의 전세계적인 열풍 덕에 박람회는 말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요. 세계 각지에서 방문한 바이어들이 뷰티 브랜드들과 빠르게 MOU를 맺기도 했다고 합니다. 'K'라는 접두사만으로도 신뢰를 얻는 시대가 된 것이죠.

수많은 K브랜드 중에서도 한국의 전통미를 디자인과 스토리에 적극적으로 녹여내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하여 성장한 대표적인 K뷰티 브랜드 중 하나인 '조선미녀'는 ‘아마존 1위 썬크림’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2024년 3,237억 원이라는 연매출을 달성했고요. 제니의 ‘ZEN’ 뮤직비디오는 신라 금관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코닉한 의상과 장신구들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이제 막 론칭한 스몰 브랜드에게 4,000년이 넘는 우리나라의 역사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요. 2019년에 론칭한 싱가포르의 커피 브랜드 '바샤 커피'가 '다 엘 바샤 팰리스'라는 모로코의 성이 지어진 연도인 1910년을 곳곳에 표기해 영리하게 전통성을 강조한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정체성으로 삼으며 성장하는 작은 브랜드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한복은 명절이나 결혼식장에서만 입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셨다면, 국내외 젊은이들이 입는 패션 한복으로 성장한 ‘하플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한 패션 브랜드, 하플리는 김연아, 뉴진스, 수지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인들이 입어 화제를 모았는데요. 한국적인 색감과 패턴, 우아한 실루엣을 고스란히 담아 하플리만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이지언 대표는 놀랍게도 패션을 전공하지 않은 창업가입니다.

이지언 대표는 20대에 우연히 한 장의 한복 사진을 보고 매료되어 하플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해요. 패션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작업 지시서를 작성하는 것조차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하나하나 배워야 했지만, 오히려 틀에 얽매이지 않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한복 덕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어요.

2019년 와디즈 펀딩에서는 무려 9,300만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요. 이후에도 와디즈와 텀블벅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누적 8억원이 넘는 펀딩액을 달성했습니다.

'한복이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셨다면 텀블벅에서 '한복'이라고 검색해보세요. 수 천만원의 펀딩을 달성한 프로젝트가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패션한복 브랜드 중 하플리가 유독 잘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의 멋을 알리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인데요! ‘진짜 조선의 힙’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시대 한복을 입은 선조들의 사진들을 새롭게 조명하는가 하면, ‘한복코어’라고 하는 신조어를 내세운 룩북 콘텐츠로 전통과 트렌드를 감각적으로 잇고 있습니다. 또한, ‘한복은 왜 그렇게 비싸요?’와 같은 콘텐츠를 통해 한복 제작에 깃든 시간과 정성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가죠.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플리는 국내 고객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고객들에게 인지도를 점차 넓혀가고 있습니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하플리 제품이 소개되는가 하면, 2024년 11월에는 한복 브랜드 최초로 파리에서 단독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습니다. 패션의 본고장이라 일컬어지는 도시에서 하플리만의 디자인을 당당히 알리는 모습에, 한국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려는 깊은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지죠. 

‘가장 한국적인 향’을 만드는 향수 브랜드, ‘취 CHWI’의 시작은 의외로 전통 수공예품이었습니다. ‘전통에 흠뻑 취하다’는 뜻을 담은 브랜드 '취 CHWI'는 브랜드 초반에 사라져가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 수공예 장인들이 만든 전통 매듭 팔찌 DIY 키트, 대나무 디퓨저 홀더 등의 제품을 선보였는데요. 수공예품 특유의 높은 단가와 생산 이슈에 부딪혀, 리브랜딩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해요. 

김은비 대표는 그 해답을 ‘향’에서 찾습니다. 한국의 자연과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향을 만들고, 공간과 관련한 스토리를 부여했습니다. 향의 이름도 사찰, 쑥, 대나무와 같은 한글을 그대로 살려 만들었고요. '가마'를 모티브로 디자인을 하는 등 제품의 패키지 또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몰입감을 높였는데요. 결과는 무척 성공적이었습니다. 뷰티 & 프래그런스 브랜드로 새롭게 탄생한 취는 1년 만에 250%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고 하고요. 2024년에는 10억 원 가까운 매출을 달성했죠.



뿐만 아니라, '취 CHWI'는 밤 제형의 향수를 휴대하기 편리하게 하는 키링을 전통 노리개를 모티브로 만들기도 합니다. 헤일리 비버가 론칭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뷰티 브랜드, '로드 스킨 (Rhode Skin)'의 립밤 폰케이스를 연상시키는 참신함에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더한 것이죠. 당연히, 해외 고객들도 론칭 초반부터 구매 문의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취 CHWI'는 다각도로 성장하기 위해, B2B 협업도 알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H&M, 타이거맥주 등의 대기업과 B2B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더욱 많은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직 인지도가 작은 스몰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큰 회사와 협업하는 방식은 브랜드를 다양한 고객들에게 알리는 무척 영리한 방식이죠.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를 모은 K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3세대에 걸친 갈등과 애정을 서정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폭싹 속았수다'는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샀습니다. 드라마 속 캐릭터가 자주 착용한 꽃핀과 등장 인물의 이름을 담은 노트 등의 굿즈를 만들어 화제를 모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 전통 요소와 문화를 활용해 문구류와 오브제를 제작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입니다.

2015년 시작한 오이뮤는 특유의 오밀조밀한 매력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오이뮤의 인기 상품 중 하나인 책갈피는 한복 원단에 감성적인 자수를 새겨, 국내외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요. 오이뮤의 가장 큰 강점은 특유의 차분한 미감 뿐만 아니라, 독특한 제품 기획력에 있죠.



어린 시절, 책에 꽂아 곱게 말렸던 은행잎을 연상시키는 책갈피 뿐만 아니라, 사용하면 복이 올 것 같은 복 캔들 등은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고요. “함께하면 복이 와요”, “고운 봉투에 담아 드리는 도톰한 마음” 등 제품에 실린 문구는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북촌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도 오이뮤를 그대로 담았는데요. 한국스러운 북촌 골목의 공간성과 어우러져, 브랜드의 톤앤매너를 공간으로 확장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요.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사주 오행에 맞춰 한국식 이름을 지어 영수증으로 뽑아주는 귀여운 컴퓨터 '오이뮤 작명소'는 글로벌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최근 '오이뮤 작명소'는 오사카에 열린 국제 박람회에도 참여했다고 하죠. 이처럼 한국적인 정서를 ‘귀여움’으로 재해석한 감성이 제품, 콘텐츠, 홈페이지, 오프라인 매장 전반에 일관되게 배어 있어, 오이뮤만의 특별함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에선 3개의 브랜드만 소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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