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브랜드를 발견하고, 연결하고, 함께 성장하는 스몰브랜더입니다.

smallbrander manifesto

"작은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작은 브랜드를 발견하고 알리는 일을 하는, 심지어 이름 속에 '스몰 브랜드'를 품고 있는 [ 스몰브랜더 ]가 '스몰 브랜드'를 정의해보기로 했습니다. 해당 용어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많은 분들이 이를 조금 더 편히 사용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 스몰브랜더 ]를 창업한 후 지난 2년 간 인터뷰, 컨설팅, 워크샵 등을 통해서 직접 만나거나 다양한 자료로 학습한 2,000여 개의 작은 브랜드의 사례를 기반으로 스몰 브랜드를 정의하는 7가지 기준을 공개합니다. 이 기준은 스몰레터 독자분들의 피드백을 받아 업데이트 될 수 있습니다. 


01. small / 작은
고용 인원이 15명 이하의 회사입니다.

'스몰' 브랜드는 반드시 작아야 합니다. 그 중 [ 스몰브랜더 ]가 가장 주목한 규모의 기준는 바로 '고용 인원'입니다. '스몰 브랜드'라고 해서 반드시 매출이나 순이익 등의 지표가 작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원 수 300명 미만의 회사를 모두 중소 기업으로 분류하는 법적 기준과는 달리, 실제로 스몰브랜더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작은 브랜드는 직원의 수가 15명 이하인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종종 파괴적 성장을 위해, '빠른 인원 수 확장' 자체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과는 차별화된 작은 브랜드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작은 브랜드가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적은 인원만으로 사업을 전개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15명 이하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조직은 더욱 유연하게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둘째, 작은 브랜드에게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인건비 자체를 덜어준다는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창업가의 자본만으로 시작되는 작은 브랜드에게는 15인 이상의 고용 인원이 높은 고정 비용으로 와닿을 수 밖에 없겠죠.



02. small / 작은 
대규모의 '투자'를 받지 않은 회사입니다. 

스타트업과 작은 브랜드를 분류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투자 유치'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창업가의 자본만으로 시작하며, 투자 유치를 주요 목표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몰브랜더가 경험한 대부분의 작은 브랜드도 1-2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 이외에는 투자를 유치하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죠.


투자를 받지 않고 살아남은 작은 브랜드는 어떤 환경에서도 쉽게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갖고 있고요. 투자사 등의 이해관계자 자체가 적기 때문에, 더욱 주체적이며 기민하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요즘처럼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는 사업적 체력과 기반을 갖춘 스몰 브랜드에게 투자를 하고자 하는 투자사가 왕왕 나타나곤 합니다. 스타일난다, 무신사가 스몰 브랜드 시절을 겪은 후, 대규모 투자 제의를 받은 것과 비슷한 현상이죠.


03. brand / 브랜드
 장기적 '비전'을 기반으로 운영합니다. 

스몰 브랜드가 작은 규모를 영원히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밀크티 원액 베이스 브랜드 '만월회'는 달에 카페를 만들어 전세계 언제든 만월회 매장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비전을 꿈꾸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며, 고객의 신뢰, 구성원의 열정을 희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브랜드만의 원대한 목표를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단기적인 매출만을 목표로하지 않고, 이러한 진정성으로 시장을 두드리다보면 매출 성과도 자연스럽게 달성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27억 원을 달성한 디지털 문구 브랜드, '낼나'는 여느 스타트업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죠. 스몰브랜더가 매출을 기준으로 스몰 브랜드를 정의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04. brand / 브랜드
 브랜드 '속도'에 맞는 성장을 추구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고양이, 채셔는 말하죠. "옳은 길은 그 사람이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있다"고요. 사업을 한다면 '빠른' 사업 확장이 필수라고 생각하겠지만, 작은 브랜드에게 그 것은 하나의 선택지일 뿐입니다. 애초에 15인 미만의 적은 인원으로 운영하며, 투자 유치를 목적에 두지 않은 채 성장하는 작은 브랜드는 무리한 양적 성장보다는 속도에 맞춘 질적 성장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몰 브랜드로 시작한 회사가 영원히 스몰 브랜드로 남는 결정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스몰 브랜드로 시작한 회사라고 하더라도 추후에는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거나, 15인 이상의 중견 기업으로 규모를 키우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대기업'이 된 네이버와 카카오 또한 '스타트업'이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작은 패션 브랜드로 시작한 '세터'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남성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답니다.


05. brand / 브랜드
 '고객'을 중심에 두는 경영 철학으로 성장합니다. 

고객 중심 철학은 여느 기업이라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고객 중심 사고를 실천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몰브랜더가 만난 수많은 작은 브랜드는 고객을 중심에 두고 민첩하고 빠르게 고객에게 반응하며, 보다 직접적이고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대표가 직접 매일 아침 속옷을 수선하는 헤베더유스, 고객 리뷰 중 중요한 것들은 따로 인쇄하여 오답 노트를 만들어 곁에 두고 제품을 개선하는 쓰리잘비, 여전히 대표가 직접 환불 고객 댁에 직접 찾아가 제품을 수거하면서 고객에게 환불 사유를 묻는 사이즈오브의 사례는 고객을 중심에 두고 성장하는 대표적인 작은 브랜드의 사례입니다.

출처 : 헤베더유스
출처 : 헤베더유스

06. brand / 브랜드
브랜드의 개성을 뾰족하게 보여줍니다. 

규모가 작은데다가,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작은 브랜드의 특권은 바로 우리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신경써야 할 이해관계자가 많거나, 오직 매출만을 목표로한 회사보다는, 눈치보지 않고 브랜드의 존재 가치를 뾰족하게 전파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뚜렷하게 자신의 색을 드러내는 것은 수 없이 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유니크한 개성이 없다면 고객에게 인식조차 되기 어려운 것이 작은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작은 브랜드의 특징 중 하나는 모두가 선택하는 옵션을 선택하기보다는 그 회사가 잘 할 수 있는 니치한 영역을 찾아내고 독점하며 성장해나가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못생겨도 괜찮아!'라는 개성 넘치는 캐치 프레이즈로 시작한 못난이 농산물 구독 브랜드, '어글리어스'는 이제 직원 수 15명 규모를 넘어선 어엿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있죠.


07. brand / 브랜드
특별한 '제품력'으로 승부를 봅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10개의 신제품 중 1개만 성공해도 충분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작은 브랜드에게 한 번의 실패는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제품 기획부터 완성도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작은 브랜드가 많습니다. 5개 이하의 제품군으로 50억 매출을 낸 쓰리잘비는 출시 이후로도 30회 이상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했고요. 헤베더유스는 브랜드 출시 전 11개월동안 매출 없이 제품 개발에만 매달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공들인 제품은 쉽게 카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작은 브랜드에게 강력한 경쟁력을 가져옵니다.


스몰브랜더에서 인터뷰한 작은 브랜드 중 마케팅 비용을 매출의 10% 미만으로 쓰는 브랜드가 많았는데요. 모두 특별한 제품력으로 재구매와 추천을 만들어내는 작은 브랜드였습니다. 스몰브랜더도 이렇게 특별한 제품력을 갖춘 작은 브랜드가 세상에 더욱 주목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023년 스몰브랜더가 7개의 업종으로 분류한 작은 브랜드 지도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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